Res. Plant Dis > Volume 30(1); 2024 > Article
한국식물병명목록과 우리나라 나무병 이름에 대한 소고

요 약

1986년 우리나라 식물병명목록 단행본이 처음으로 발간된 이후 36년만에 6판이 만들어지고, 2023년에는 6판을 수정보완한 6.1판이 온라인으로 무료공개되었다. 학문과 기술 발전에 따라 병명목록에 수록된 내용도 증가하여 기주는 437분류군에서 1,420분류군으로, 병은 1,539종에서 6,680종으로 증가하였다. 이 중 수목병은 3,586종이고 기주는 504분류군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수목진료 법제화에 따라 정확한 병 이름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병 이름이 부적당하거나 잘못 사용되고 있어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 명명 규정을 지키지 않은 병 이름들이 여전히 등재되어 있으며, 같은 병원균이 같은 분류군의 기주를 감염해도 병 이름이 다르게 부여되어 있고, 병의 특성을 나타내지 못하는 병 이름도 적지 않다. 우리말 병 이름 없이 보고되는 병들도 있으며, 병원성이 확인되지 않은 채 등재된 병 이름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회 병명심의위원회가 병명심의 및 등재 규정을 제정하고 새로운 병 이름은 논문 게재 전에 심의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ABSTRACT

Since the List of Plant Diseases in Korea (DisList) was first published in 1986, the 6th edition appeared 36 years later. In 2023, the 6.1 edition, a revised and improved version of the 6th edition, was released to the public on the web free of charge. The contents of DisList increased, with the number of hosts increasing from 437 taxa to 1,420 taxa and the number of disease species increasing from 1,539 to 6,680. Among these, tree diseases are 3,586 species and their hosts include 504 taxa, providing much help to experts who need them. Meanwhile, the importance of accurate disease names continues to grow with the legalization of tree care, but many disease names are still inappropriate or misused, causing confusion. Disease names that do not follow the naming regulations are still registered, and even if the same pathogen infects hosts of the same taxa, the disease names are given differently, and there are many disease names that do not indicate the characteristics of the disease. Also, there are diseases reported without Korean names. In order to make DisList better, the review committee for disease names should establish the regulations to review and register disease names, and establish a system to review new disease names before publishing papers.

서 론

국립국어연구원 발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다. 즉, 이름이란 그것을 가지고 있는 개체 또는 사물을 다른 것들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며, 세상 만물은 그 이름으로 불리움으로써 자신만의 정체성을 얻게 된다. 따라서 이름은 그 주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나타내며, 가능한 한 다른 것의 이름과 구분되어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과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그리고 식물병도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이름 역시 그것을 들으면 다른 것들과는 구분되는 그것의 특징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식물병은 기주식물 생육단계와 환경, 병 진전 정도 등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이며, 관찰하는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 인상 깊게 보는 부분 등이 다양하므로 다른 기주의 다른 병에 대해서도 같은 이름을 붙이거나, 심지어 같은 기주의 같은 병에 대해서 다른 이름들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학계, 산업계, 연구계는 물론 행정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병 이름도 일치하지 않는 것이 상당수 있으며, 이러한 불일치 또는 다양성으로 인하여 교육 현장에서는 한 가지 병에 대하여 이름 두 개, 세 개를 가르치고 익혀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병 방제 일선에서는 같은 병을 두고 서로 간에 다른 이름을 사용하여 의사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식물병 방제 현장의 전문가들과 식물병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도감류에도 혼동을 일으키는 이름들이 많다. 식물병, 특히 수목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축적된 연구 자료가 충분치 않은 편이어서 이들 도감류는 대개 외국 자료를 참조한 내용들이 많다. 그 결과 외국에서는 주요한 병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등재되어 있지 않은 병들도 다수 다루고 있는데, 이들 병 이름이 외국 이름을 그대로 직역하거나 또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심지어 우리나라에 등재된 병명도 잘못 기재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2018년에 우리나라 수목진료 제도가 법제화되고 활성화되면서 병 이름을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병 이름은 모두가 알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병 이름에 통일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수목진료 현장에서 수목진료부와 처방전 작성 등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혼선이 빚어질 때가 많다. 따라서, 나무병에 국한해서라도 다른 이름들을 정리하고 부적합한 이름들은 재검토하는 등 병 이름을 정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일이다.
현재 행정적으로 뚜렷하게 명문화되어 있는 것은 없으나, 식물병리학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은 우리나라 식물병의 올바른 이름은 (사)한국식물병리학회에서 발간하였고 적절한 시기마다 최신 자료를 추가하고 오류를 수정하여 보충, 개정되고 있는 ‘한국식물병명목록(이하 병명목록이라고 함)’ 최신판에 기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병 이름에 관한 한 (사)한국식물병리학회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권위가 그렇게 큰 반면, 올바른 병 이름을 널리 전파하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계도하여야 하는 책임과 의무도 적지 않은데, 학회는 과연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식물병 이름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나무병 이름으로 인한 교육 및 산업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한국식물병리학회에서 발간한 병명목록과 국가기관에서 발간하고 기관 누리집에 탑재하여 무료로 내려받고 사용할 수 있는 도감류, 그리고 시판 중인 수목보호 관련 주요 전문서적 및 도감류 등에 기재되어 있는 나무병 이름들을 비교, 분석하여 문제점을 정리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식물병명목록 제정 역사

우리나라에서 식물병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16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신속이 저술한 농가집성에 있는 도열병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병들을 모아 놓은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28년 권업모범장 연구보고 15호에 수록된 ‘조선작물병해목록’이다(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4b).
광복 이후에는 농업시험장 병리과(현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가 주축이 되어 작물 병해충을 조사하였으며 1962년에 한국식물보호학회가 설립되었다. 학회 창립 10년 뒤인 1972년에 현 한국식물병명목록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식물병·해충·잡초명감’이 만들어졌다.
한국식물보호학회는 1984년에 한국식물병리학회(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KSPP)와 한국응용곤충학회로 나뉘었으며, 2년 뒤인 1986년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병명목록 단행본인 ‘한국식물병·해충·잡초명감 2판’을 출간하였다(1972년에 출간된 한국식물병해충잡초명감을 1판으로 인정하고 있음). 여기에는 기주식물 437분류군에 발생하는 병 1,539종이 수록되어 있다. 이후 1998년에 3판, 2004년에 4판, 2009년에 5판이 간행되었으며 수록 기주는 1,268분류군, 병 기재 건수는 5,944건으로 증가하였다. 2022년에는 6판이 출간되었으며, 2023년부터는 온라인판인 병명목록 6.1이 웹망에 제공되며 수시로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

한국식물병명목록 등 관련 자료의 나무병 수록 현황

인쇄본으로는 가장 최근 자료인 병명목록 6판은 2022년에 출간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그 이후 보고된 병들을 추가하여 웹 상에 공개한 병명목록 6.1판이 온라인판으로는 가장 최근 자료이다.
병명목록 6.1판 기준으로 2023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또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된 병은 모두 6,680개로서 병원체 분류군은 2,462개이고 기주 식물은 1,420개이다(Kim 등, 2023). 이 과정에서 기존 병 12건이 삭제되었고 새로 보고된 병 152건이 추가되었는데, 이들 중 목본식물에 발생하는 것은 28수종에 30개 병이었다. 6판에 수록된 것은 총 499수종에 3,556개 병이었고(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2), 6.1판에 새로 추가된 수종은 등수국 등 5개이므로 2023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에 병명목록에 정식으로 기록되어 있는 나무병은 총 504수종에 3,586개 병이다. 나무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는 276속이며, 병은 381종이다.
나무를 감염하는 병원체로는 곰팡이가 Acremonium sp. 등 최소 277속 이상, 세균이 Acidovorax sp. 등 10속, 바이러스가 Actinidia virus A 등 77속, 선충이 Afenestrata sp. 등 31속이 보고되어 있다. 파이토플라스마는 아직까지 학명이 세분화되지 않아 굳이 속을 따진다면 Phytoplasma 단일 속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개머루 등 45개 기주에 빗자루병 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편, 병명목록 6판(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2)에는 절족동물이며 혹응애 일종인 Eriophyes sp.에 의한 팽나무 빗자루 증상이 팽나무 빗자루병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사과에서 칼슘결핍에 의한 영양장해가 고두병으로, 주목에서 수분스트레스에 의한 과습돌기가 에디마로, 대나무의 정상적인 생리 현상 중 하나인 개화가 개화병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기생성 생물이 아닌 충해 또는 비기생성 피해(생리장해, 영양장해 포함)로 구분되는 것들이다. 이들 중 개화병, 고두병 등은 예로부터 병으로 불리어 온 것들이며, 혹응애 빗자루 증상, 과습돌기 등은 그 증상이 기생성 병원체에 의한 증상과 매우 비슷하여 전문가들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피해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들을 병으로 간주하여 병명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식물병학의 영역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기생성 피해들 중 일부만이 ‘∼병’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대부분이 ‘생리장해’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뭉뚱그려 기재되어 있어서 그 이름만으로는 증상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장해를 병명목록에 기재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기생성 피해를 포함한다면 영양장해는 물론 온도장해, 수분장해 등 매우 많은 식물 피해들이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여러해살이 목본식물인 나무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또한, 장해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영양장해 등 많은 장해들이 거의 모든 식물에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병명목록에서 정리하는 방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감염성을 가지고 있는 생물에 의한 피해가 주가 되는 병명목록에 비기생성 피해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피해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학회의 병명심의위원 수는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7년 13명에서 2021년 20명으로, 2023년에는 24명으로 늘었으나 이들 중 수목병리학 전공자는 언제나 1명 이하였다(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4b). 병명목록에 수록된 전체 기주 분류군이 1,420개이고 그중 수목류는 504분류 군이란 것을 감안하면 나무병 전문가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므로 시급히 충원할 필요가 있다.

식물병 이름의 중요성과 국내외 명명 규정 제정 현황

이름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나타냄으로써 그것을 다른 것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식별 수단이므로 가장 좋은 이름이란 누구든 그 이름을 들으면 같은 또는 비슷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이름들, 특히 어떤 생물 또는 거기에 나타나는 병 이름이라면 더욱 깊이 생각하여 지어야 한다.
이런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이름짓기에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이름짓기 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라 이름이 부여될 것이므로 처음 접하는 이름을 들어도 그 이름이 가진 개체가 어떤 형상을 가졌는지 또는 어떤 상태에 있는지 떠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을 다루는 학회들조차도 뚜렷한 명명 규정을 제시해 놓지 않았다. 생물 이름에는 International Commision on Zoological Nomenclature (https://www.iczn.org) 등 국제학술단체에서 국제 공통으로 사용하는 ‘학명’을 부여하고 있으나(ICZN, 2024), 병에는 학명이 없으며, 병 이름을 지정하거나 승인하는 공식적인 기구도 없다. 실제로 어떤 단어가 문학적으로는 명확한 뜻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이용해 어떤 내용을 정확하게 글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현실이 이런데 확실한 기준마저 없다면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식물병리학 분야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식물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지만, 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국가 간에 병 관련 용어들이 달라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1989년 World Health Organization 산하 ‘국제의과학기구심의회’가 주관이 되어 5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1,400개 이상의 용어들을 검토하여 기생성 병에 대한 국제명으로 인증한 바 있다(Council for International Organizations of Medical Sciences, 1989).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식물병리학 분야에서도 병 이름 차이로 인한 혼란은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다. 1935년 Nature는 영국균학회 식물병리학위원회에서 간행한 ‘영국식물병일반명목록 제2판’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과학 단어는 다양한 장소와 조건에서 실제 재배자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 전달이 어려운 경우가 더욱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 병명목록은 질병 증상과 원인 명명법을 표준화하기 위해 진지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하였다(Nature Publishing Group, 1935). 하지만 90년이 지난 지금도 학회 누리집(British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4)에는 식물병 및 식물병 관련 용어에 대한 명명위원회 또는 명명 심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영국에서 식물병 이름이 어떻게 지어지고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에서도 병 이름을 지정/승인하는 기구는 없으며, 미국식물병리학회(American Phytopathological Society, 2024)나 Western International Forest Disease Work Conference (WIFDWC, 2024) 등 학회 또는 전문가집단에서 만들어 유지 관리하고 있는 목록 등이 통용되고 있을 뿐이다.
식물병 관련 국외 학회들 중 가장 구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명명 규정을 제시하고 있는 곳은 일본식물병리학회(Phytopathological Society of Japan, PPSJ)이다. 이 학회 누리집(Phytopathological Society of Japan, 2024)에는 ‘병명위원회 세칙’이 게재되어 있는데, 위원회는 병명 결정 및 변경, 병원명 결정 및 변경/추가 등을 심의한다고 하고 있다. 병명 등의 명명, 변경은 위원회가 제정한 ‘식물의 새로운 병명 등 명명 기준’에 따른다고 하며, 병명 등은 병 또는 병원체 제1보고자의 제안을 존중하지만, 보고자가 병명 등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원회가 병명을 결정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심지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병명 등을 새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밝혀 놓았다.
또 한편으로는 이 위원회가 결정하는 병명은 학술목적일 뿐이며, 일반 서적이나 정보 등에서 질병의 관용적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제약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식물병리를 이끌고 있는 KSPP가 본받을 자세는 아닌 듯하다.
KSPP도 2009년 4월에 ‘식물병명심의위원회 규정’ 제정 후 몇 차례 개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는데(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4a),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원회가 뚜렷한 활동이 없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목록 정리 작업 등 병명에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위원회 규정은 주로 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법 등을 정하고 있어서, 병 이름 명명 및 변경 등 직접적인 업무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PPSJ ‘병명위원회’는 병명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위원회인 반면, 우리는 병명을 심의하는 ‘식물병명심의위원회’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KSPP에는 새로운 병을 확인하였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학회에 보고하여야 하는지 설명이 없는 반면, PPSJ는 식물병 명명법(기준)과 함께, 어떤 경우에 병 이름을 새로 부여할 수 있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을 ‘새로운 식물병명 명명 기준’에 소상히 밝혀 놓았다. 이와 같이 확실한 기준과 방법이 제시된다면 명명자 개성 차이에 따른 병 이름으로 인한 혼란은 매우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병명목록에 있는 수목류 병 이름에는 같은 병에 대해 다른 이름이 있거나, 발생 특성과는 연관성이 매우 낮은 이름 등 부적합한 것들이 적지 않아 현장에서 사용하는 사람들 간에 혼동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병 이름에 대한 정비와 함께 새로운 병 이름 등록에 엄정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하다.

식물병 이름 명명 기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병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옳은 기준과 방법에 따라 명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KSPP의 병명 제정 원칙은 학회 누리집에서는 찾을 수 없으며, 병명목록 6.1의 ‘식물병명목록 소개’에 제시되어 있으므로 이 원칙이 병 이름을 지을 때 따라야 하는 것인지 병명목록 6.1을 작성할 때 사용한 원칙인지가 불분명하다. 이 원칙이 병 이름 지을 때 따라야 하는 것이라면 병명목록이 아니라 학회 누리집에 게시하여야 할 것이다.
주요 원칙은 기주 이름과 식물병 이름은 띄어쓰기하며, 국립국어원 한글맞춤법 규정에 맞지 않아도 기존에 사용하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한다며 참나무 시들음병을 예로 들고 있다.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시듦’병이 옳으나 관행대로 시들음병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병 이름을 지을 때에는 그 병의 영문명을 기준으로, 병명목록에 기재되어 있는 병 중 같은 영문명을 사용하는 병의 국문명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영문명보다는 국문명을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반면 PPSJ의 병 이름 짓기 원칙은 상대적으로 자세하고 자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병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식물 병징과 병의 특성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표현이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1식물 1병원체 1병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같은 병원체에 의한 다양한 식물병 이름은 병징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이름을 부여하여야 한다. 하지만 발병 부위에 따라 다른 특징이 있으며, 모두 중요한 경우에는 각각에 대해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원칙도 있다. 또한, 외래어 사용은 피하고 일본어, 그중에서도 가타카나보다는 히라가나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식물병 이름을 한자어로 지었으나 이미 오래 전부터 병 이름 대부분을 한자어 대신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해 왔다. 이러한 변화는 한자를 잘 모르는 현재의 학문 후속세대들이 병 이름에 대한 거부감을 갖 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병 이름을 한자어나 외래어, 심지어는 외국어로 짓는 경우도 있어서 우려가 된다.
우리나라 식물병 이름 명명 규정에도 우리말을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또한, 같은 병원체에 의한 병은 병징이 극단적으로 다르지 않은 한 같은 이름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원칙도 추가하는 등 좀 더 구체적으로 개정할 필요성이 크다. 구체성이 낮은 현행 규정은 명명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병 이름이 지나치게 다양하고 복잡해져 혼돈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편, 병 이름을 사용할 때 기주 이름과 병 이름은 띄어쓰기한다는 예외 없는 원칙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KSPP는 이 원칙을 지키는 것에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산림청 누리집의 ‘산림 병해충 방제 및 발생 현황’에는 벚나무빗자루병, 이팝나무녹병, 참나무시들음병 등과 같이 기주 이름과 병 이름을 모두 붙여서 한 단어로 표기하고 있는 등 농림업 현장은 물론 농림업 연구/지도 기관, 심지어는 중앙행정기관조차도 병 이름 표기에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회가 이를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명명 규정을 지켜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나무병 이름 현황과 특성

나무병 이름 검토에 사용한 자료.

나무병 이름 검토에 사용한 가장 주된 자료는 병명목록 6판이다. 여기 수록된 나무병 이름들을 병원체와 함께 검토하여 같은 병원체에 대하여 다른 이름들이나 부적합 또는 불합리한 이름들을 비교하고 수정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교육과 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수목병학 관련 자료에 수록된 수목병 이름들을 정리하고 병명목록과 비교하였다. 여기에 사용된 국가기관 발행 도감류는 공동주택수목병해충도감(Korea Forest Service, 2022), 생활권수목병해도감(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18), 수목진료매뉴얼(Korea Forest Service, 2012), 활엽수병해도감(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11), 침엽수병해도감(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07) 등이다. 수목병리학 전문서적으로는 수목병리학 4판(Lee 등, 2022)을 비교하였고, 일반 도감류로는 나무병해충도감(Moon과 Lee, 2014), 나무병해도감(Kang 등, 2008), 조경수병해충도감(La 등, 2009) 등을 비교하였다.

기재되어 있는 나무병 이름 특징.

병 이름에 국한하였을 때 병명목록과 일반 도감류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병명목록에서는 대부분 우리말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일반 도감류에서는 아직도 한자어 이름이 함께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병명목록에서는 한자어 병 이름은 궤양병, 탄저병, 역병, 설부병, 은엽병 정도였다. 반면 일반 도감류에서는 점무늬병은 반점병, 모무늬병을 각반병, 잎마름병을 엽고병, 둥근무늬병을 윤문병 등으로 기재한 것이 적지 않았는데, 한자어 이름은 점차 퇴출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 도감류는 현장에서 나무병 진단에 사용한다는 목적에 따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보고되어 있지는 않으나 현장에서는 볼 수 있는 병들도 많이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병 이름들은 대부분 자료를 참조한 일본 또는 영어권 문헌에 있는 이름들을 그대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어서 그 병의 특성이나 현재 병명목록에 기재되어 있는 나무병 이름과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많으므로, 이에 대한 정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Dothistroma pini에 의한 소나무 잎마름 증상을 ‘적반엽고병’ (영명은 Diplodia needle blight [Brown, 2012], 일명은 적반엽고병[Kishi, 2020])이라고 수록한 도감이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보고되지는 않았다. 이와 비슷한 증상으로 이미 보고되어 있는 것은 갈색잎마름병, 그을음잎마름병 등이 있으므로, 적반엽고병 대신 ‘붉은잎마름병’을 사용함이 옳을 것이다. 또, 히말라야시다에 발생한 디플로디아잎마름병을 ‘(가칭)디플로디아엽고병’으로 도감에 수록하였는데(Kang 등, 2008), 같은 병원균에 의한 감염이 소나무류에서 이미 디플로디아잎마름병으로 보고되어 있다. 따라서 이 병도 히말라야시다 (가칭)디플로디아잎마름병으로 기재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병 이름에 사용되고 있는 단어.

병명목록과 도감류 등에 수록된 나무병 이름을 분석한 결과, 나무에 나타나는 병의 특징이나 병징을 나타내기 위하여 매우 다양한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었으며, 특성에 따라 높은 빈도로 사용되는 단어들도 있었다.
병명목록에 기재된 용어들을 우리말 위주로 살펴보면 병반 특성별로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었다: 1) 병반 형태: 둥근, 겹둥근, 무늬, 겹무늬, 점무늬, 구름, 모, 별, 둥근별, 잘록, 빗자루, 고양이눈, 새눈 등; 2) 병반 색깔: 갈, 푸른(청), 누른(황), 붉은(적), 분홍, 자색/자주, 검은(흑), 먹, 잿빛(회)/쥐색, 녹, 은, 흰(백), 얼룩 등; 3) 조직 변화: 썩음, 부패, 부후, 마름, 무름, 오갈, 화상/불마름, 거짓, 탄저, 혹, 부스럼, 돌기, 더뎅이, 궤양, 낙엽, 시들음, 떨림, 조임, 구멍 등; 4) 병반에 만들어지는 생성물: 균핵, 그을음, 깜부기, 떡, 보자기, 흰가루, 녹, 잉크, 고약, 타르, 털, 날개, 비단, 송진/수지 덩어리 등; 5) 크기와 위치: 큰, 작은, 뒤, 좀, 민 등; 6) 밝기: 진, 연 등; 7) 감염 부위: 줄기, 가지, 잎, 잎자루, 뿌리, 꽃, 씨앗/종자/씨알, 눈(아), 순/신초, 꼭지, 열매/과실/과일, 유과, 송이, 심재, 변재, 근주, 근두, 끝, 기부(밑둥), 앞, 뒤, 테두리, 과피, 그루터기 등.
이 단어들은 각각 살펴보면 대부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것들이지만, 다른 단어와 구분하기에는 애매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둥근무늬, 둥근별무늬, 둥근점무늬들은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뚜렷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또, 별무늬라 하면 일반적으로 여러 갈래로 튀어나온 모양(☆ 또는 *)을 떠올리는데, 둥근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가장자리가 매끈한 모양이라면 그냥 둥근 점과 무엇이 다른가? 실제로 ‘∼별무늬’라는 이름의 병에서 별무늬 병반을 찾기도 쉽지 않다. 새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텐데 하물며 새눈무늬와 고양이눈무늬의 차이를 떠올리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농작물에 있는 뱀눈무늬병이 나무병에는 없는 것이 다행이다. 검은색과 먹색을 구분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고, 회색과 잿빛, 쥐색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자색과 자주색은 더욱 그렇다.
‘∼별무늬’는 대부분 일본식 병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며, 병반 모양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아니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 이름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여야 하기 때문에 은유적인 표현이나 지나친 수식 등도 피해야 한다. 색깔도 ‘황’은 ‘누런’으로 표현하는 등 한자어는 우리말로 바꾸고, 잿빛, 회색, 쥐색 등은 모두 잿빛으로 통합하는 등 색깔 종류별로 한 가지 표현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색깔 뒤에 부득이하게 ‘색’이라는 의미를 나타내야 할 때는 ‘색’보다는 ‘빛’을 사용한다.
따라서 위 용어들에 다음과 같은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1) 병반 형태: 별, 둥근별, 고양이눈, 새눈은 삭제; 2) 병반 색깔: 청, 황, 적, 자색, 흑, 먹, 백, 회색, 쥐색은 삭제; 3) 조직 변화: 부패, 부후, 화상, 낙엽은 삭제; 4) 감염 부위: 종자, 씨알, 아, 신초, 열매, 기부 등 삭제.

한자어 병 이름.

도감류에 기재된 병 이름에 쓰인 단어들 중 병명목록에 없는 것들은 다음과 같았는데, 거의가 한자어였다. 병반 색깔이나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로 흑성(검은별), 적성(붉은별), 원성(둥근별), 백성(흰별), 축엽(오갈), 각반(모무늬), 환문(둥근무늬), 백반(흰무늬), 위조(시듦), 엽진(잎떨림) 등이 있었다. 감염된 조직의 변화를 묘사하는 단어로는 엽고(잎마름), 지고(가지마름), 동고(줄기마름), 아고(눈마름), 천구소(빗자루), 천공(구멍), 부란(썩어 문드러짐), 창가(더뎅이), 두창(부스럼딱지, 더뎅이) 등이 있었으며, 병반에 만들어지는 생성물을 나타내는 단어로는 백조(흰말), 고약(어두운 색의 끈적끈적한 연고) 등이 있었다.
2010년 이후에 출간된 도감류는 대개 우리말 병 이름을 사용하여 어려운 한자어 병 이름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수목병리학(Lee 등, 2022)’에는 우리말 병 이름 뒤에 괄호로 한자어 병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교과서 특성 상 예전 자료와 현재 자료를 모두 다루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말 병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정리가 필요한 나무병 이름들과 정리 방안

이름 없는 나무병.

현재 병명목록 6.1에 ‘병명 미제안’으로 되어 있는 병은 30가지이며 그중 18가지는 나무를 감염하는 것이다. 이들이 병명 미제안으로 남아있는 것은 곰솔 brown spot needle blight (Seo 등, 2012)와 같이 병 발생을 처음 보고한 논문들이 외국학회지에 외국어로 출판되었거나, 또는 참나무류 canker (Cha 등, 2012)와 같이 국내 학회지에 발표하였어도 외국어로 작성하여 우리말 병 이름을 기재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와 같은 ‘병명 미제안’ 병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학회의 병명 등재 기준부터 살펴봐야 한다. PPSJ는 병 이름 등재에 대해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식물신병명등명명기준’(Phytopathological Society of Japan, 2024)에는 일본식물병명목록에 등재되기 위한 조건이 제시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새로운 병 발생 보고는 ‘일본식물병리학회보(Journal of General Plant Pathology)’, ‘일본균학회보(Mycoscience)’, ‘토양과미생물’, 북일본 등 4개 지역의 ‘병해충연구회보’, ‘시코쿠식물방역’에 하여야 하며, 보고자는 「신병명 등 명명 신청서」를 작성하여 근거 자료와 함께 학회에 신청하여야 한다. 단, 일본식물병리학회보에 논문으로 게재하였을 경우에는 이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 위에 언급되지 않은 학술지에 게재하였을 경우에도 보고자가 신청하면 심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반면, KSPP에서는 새로운 병을 어떤 학술지에 보고하여야 하는지, 병명목록에 어떻게 등재하여야 하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제한이 없다는 것은 보고자를 최대한 배려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새로운 병 발생은 가볍게만 다룰 수는 없는 일이기에 엄격하고 확실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발표 학회지 제한이나 안내, 그리고 병명목록 등재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학술지에 발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목록에 등재되지 않았거나, 또는 우리 식물에 발생하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또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어로 발표하여 우리말 병 이름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식물병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는 KSPP가 새로운 식물병 발생은 어떤 학술지에 보고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병 이름을 인정받고 병명목록에 등재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안내하여야 한다. 식물병 연구자들도 우리나라에 발생한 새로운 병을 우리나라에는 알리지도 않고 외국학회지에만 게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새로운 병들은 KSPP 공식학술지인 ‘ Research in Plant Disease’에 게재하도록 하며, 기타 학술지에 재하였을 경우에는 저자가 KSPP에 새로운 병 등재를 요청하도록, 특히 외국학회지에 발표하여 우리 이름이 없는 병들은 우리 이름을 함께 명시하여 신청하도록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새로운 병 이름이 적합한지는 병명심의위원회가 검토하고 결정하여야 한다.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예 - 재선충병과 소나무재선충병.

우리 학회 병 이름 붙이기 규정은 기주 이름과 증상 이름을 나열하거나(예: 소나무 갈색무늬병) 또는 기주 이름과 병원체 이름 그리고 증상 이름을 나열하여(예: 뽕나무 아밀라리아뿌리썩음병) 만드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선충에 의한 병은 ‘단풍나무 뿌리혹선충병’과 같이 기주 이름과 선충 이름(속명)만 나열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일으키는 소나무재선충(Bursaphelenchus xylophilus)은 간선충목(order Rhabditida), 재선충과(family Parasitaphelenchidae), 재선충속(genus Bursaphelenchus)에 속한다(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23). 즉 병원체 이름은 소나무재선충이고, 병원체의 속 이름은 재선충이므로 올바른 이름은 ‘소나무 재선충병’이 되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은 자연 상태에서 잣나무와 곰솔도 감염하여 각각 ‘잣나무 재선충병’과 ‘곰솔 재선충병’도 일으킨다. 병명목록 6.1에는 잣나무 재선충병과 곰솔 재선충병은 기재되어 있으나 소나무 재선충병은 없다. 다만, ‘소나무 소나무재선충병’만이 있을 뿐이다. 즉, 선충 속 이름을 써야할 곳에 선충 이름을 쓰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므로 ‘소나무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특성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하는 병 이름 - 가지마름병.

리기다소나무가 Fusarium circinatum에 감염되어 줄기나 가지, 구과 등에서 수지가 많이 흘러나오며 말라 죽는 병을 영어권에서는 pitch canker, 즉 수지궤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첫 보고가 KSPP 영문 학회지에 게재되어(Lee 등, 2000) 안타깝게도 우리말 병 이름을 갖지 못한 채 병원균인 푸사리움, 감염 부위인 가지 그리고 증상인 송진 누출과 마름, 궤양 등을 다양하게 조합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었다. 병명목록에는 4판(2004)부터 ‘리기다소나무 가지마름병’으로 정식 등재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사용 주체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산림청 자료(Korea Forest Service, 2022)는 학회에서 정한 대로 ‘가지마름병’을 사용하고 있으나, 산림과학원 자료들(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07; 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18)은 ‘푸사리움가지마름병’, ‘송진궤양병’ 등을 사용하고 있고, 교과서(Lee 등, 2022)와 도감(La 등, 2009)에서는 ‘수지궤양병’, ‘송진가지마름병’, ‘푸자리움가지마름병’ 등으로 부르고 있다. 수지성가지줄기마름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지마름병’이라는 학회 정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양한 이름들이 사용되는 이유는 정명인 ‘가지마름병’이 너무 단순하여 병의 특성을 거의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이름만으로는 병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명목록에 ‘가지마름병’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는 병은 모두 49종이고 병원균으로는 17속이 등록되어 있다. 기주가 침엽수인 것만도 10종이고, 이 중 곰솔 등 6종이 Fusarium circinatum 의 기주이며, 1종은 Phomopsis cryptomeriae, 3종은 Seiridium unicorne에 감염된다. 이 병이 다른 병과 구분되는 특징은 감염된 조직에서 송진이 심하게 흘러내리는 것인데, 정명인 가지마름병에는 송진이라는 의미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름은 그 주체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병은 학회 정명보다는 ‘송진가지마름병’ 또는 ‘푸사리움송진가지마름병’으로 수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감염된 편백, 화백의 가지에서 송진이 흘러나오고 말라 죽는 S. unicorne 병과 구분하기 위하여 각각 병원균 속명을 덧붙여 ‘편백 세이리디움가지마름병’, ‘리기다소나무 푸사리움가지마름병’으로 부르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Sphaeropsis sapinea에 의한 소나무류 가지끝마름병이 있다. 영어권에서는 Sphaeropsis blight 또는 Diplodia tip blight라고 한다. 주로 당년생 가지가 감염되는데, 새 가지의 침엽이 충분히 자라지 못하며 갈색으로 변하고 말라죽어 아래로 처진다. 기주는 소나무류이며, 병명목록에 등재된 학회 정명은 스트로보잣나무를 포함하여 모든 기주에서 ‘가지끝마름병’인데, 유독 잣나무에서만 ‘디플로디아잎마름병’이다. 잣나무에서는 1984년에 보고된 반면, 나머지 기주들에서는 약 10년 뒤에 보고되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인데, 하루 빨리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나무병 관리 및 방제 현장에서는 디플로디아잎마름병, 디플로디아끝마름병, 디플로디아순마름병 등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생활권병해도감(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18)과 산림청의 공동주택수목병해충도감(Korea Forest Service, 2022)을 비롯한 도감류에는 이들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병명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가지끝마름병은 15종인데 모두 침엽수에 발생하는데, 개잎갈나무 가지끝마름병(Peatalotiopsis sp.)과 일본잎갈나무 가지끝마름병(Guignardia laricina)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S. sapinea (Diplodia sapinea)에 의한 것이므로 다른 수식어 없이 가지끝마름병으로 해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한다. 잣나무에 발생하는 것도 가지끝마름병으로 수정하는 것이 옳다.
발생 빈도나 피해 면에서 중요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병명목록에 있는 이름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 다른 경우에는 병명목록에 등재된 이름을 사용하도록 계도하여야 하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이 등재된 이름보다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면 등재된 이름을 수정하여야 한다.

같은 병 다른 이름 - 병 이름 일원화.

앞에서 살펴본 바와 달리, 병명목록에 등재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증상을 일으켜도 이름이 다른 병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소나무 가지끝마름병과 잣나무 디플로디아잎마름병이 대표적인데, 이런 예가 적지 않다. 병 발생 보고 때부터 ‘병명심의’를 철저히 한다면 이러한 혼돈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주로 목본식물을 감염하는 Rosellinia necatrix는 단풍나무나 벚나무를 감염하면 ‘흰날개무늬병’을 일으키고, 배나무를 감염하면 ‘흰빛날개무늬병’을 일으킨다. 한자어 이름은 모두 백문우병이고, 영어 이름은 모두 white root rot이다. 흰날개무늬병보다 더 넓은 기주 범위를 가지고 있는 Heterobasidium mompa 는 느릅나무든 상수리나무든 어떤 기주를 감염해도 ‘자주날개무늬병’만 일으킬 뿐, 자줏빛날개무늬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R. necatrix도 어느 나무를 감염하든 병 이름은 ‘흰날개무늬병’ 하나면 된다. 사과나무 붉은썩음병(홍부병, pink rot)과 배나무 붉은빛썩음병(홍색부패병, pink rot)을 일으키는 Trichothedium roseum도 마찬가지다. ‘빛’은 없어도 지장 없다.
나무 줄기나 가지 궤양병균인 Nectria cinnabarina는 배나무에 ‘붉은가지마름병’균으로 병명목록에 기재되어 있다. 영어권 이름은 coral spot 또는 nectria twig blight이고, 일본 이름은 홍립지고병(직역: 붉은알갱이가지마름병)이다. 이 균이 닥나무를 감염하면 ‘붉은돌기가지마름병’이 발생하는데, 일본 이름은 홍립지고병이다. 발병 보고 문헌들을 보면, 기주 차이를 제외하면 두 병 사이에 차이가 없으므로 같은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 병원균 Nectria spp.는 감염 조직에 눈에 잘 띄는 붉은색 자좌를 많이 만드는 것이 특징이므로 이 병은 ‘붉은돌기가지마름병’으로 수정하여야 한다. Nectria sp.에 감염된 양다래의 붉은줄기마름병(nectria spot 또는 coral spot) 역시 병징 차이가 없으므로 같은 이름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와 같이 뚜렷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름들이 부여된 병은 적지 않다. 병명목록에 따르면 Melanconis juglandis는 호두나무에 침입하여 ‘검은가지마름병’ (흑립지고병, melanconis disease)을 일으키는데, 가래나무에 침입하면 ‘검은돌기가지마름병’ (흑립지고병, melanconis disease)을 일으킨다. 둘 사이에 병명목록에 기재된 우리말 이름은 차이가 있으나 영어나 한자어 이름에는 차이가 전혀 없다. M. microspora도 밤나무를 감염하여 검은돌기가지마름병(흑립지고병, melanconis disease)을 일으킨다. 실제로 감염된 수피에 돌기가 많이 만들어지므로 세 병 모두 ‘검은돌기가지마름병’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수목병리학(Lee 등, 2022)도 M. juglandis를 호두나무 검은돌기가지마름병으로 설명하고 있다.
Botryosphaeria obtusa는 사과나무에 검은썩음병(흑부병)을 일으키고(The Korean Society of Plant Pathology, 2024b), B. dothidea는 미국꽃사과에 흑색썩음균핵병(흑부균핵병)을 일으킨다(Choi 등, 2011). 검은썩음과 흑색썩음의 차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흑색썩음균핵병을 보고한 원 논문에 균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데도 병 이름에 균핵을 포함한 것이 옳은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두 병 모두 ‘검은썩음병’으로 통일할 수 있을 것이다.
갈참나무를 감염하는 Marssonina martinni는 갈색둥근무늬병(갈색원성병, brown leaf spot)을 일으키고, 밤나무를 감염하는 Tubercularia sp.는 둥근갈색무늬병(원형갈반병, circular brown spot)을 일으킨다. ‘갈색둥근무늬’와 ‘둥근갈색무늬’의 차이는 무엇일까? 병원체가 완전히 달라도 증상은 비슷한 예도 적지 않다. 병징이 같다면 병원체가 달라도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병원체 차이를 나타내야 한다면 증상 앞에 병원체 속 이름을 추가하면 될 것이다.

병명목록과 실제 사용하는 이름 불일치.

병명목록 이름과 현장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다른 병들은 매우 많다. 대표적인 것이 리기다소나무 가지마름병(병원균 Fusarium circinatum)과 소나무 가지끝마름병(병원균 Sphaeropsis sapinea)인데,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으므로 다시 설명하지는 않고 다른 예를 몇 가지 소개한다.
Guignardia aesculi에 의한 칠엽수/가시칠엽수 잎마름병(엽고병, leaf blotch)도 현장에서는 ‘얼룩무늬병’이라는 이름을 더 자주 사용한다. 산림청 자료도 잎마름병(Korea Forest Service, 2022)과 얼룩무늬병(Korea Forest Service, 2012)을 모두 사용하고 있으며, 일반 도감류(Kang 등, 2008; La 등, 2009)와 수목병리학(Lee 등, 2022)에서는 얼룩무늬병을 사용하고 있다. ‘잎마름병(얼룩무늬병)’으로 표기하는 자료들도 있다(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18; Moon과 Lee, 2014).
활엽수 잎을 감염하는 Tubakia spp.에 의한 병은 같은 병임에도 병명목록에서 기주 간에 이름이 다르기도 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이름과 다르기도 하다. 병명목록에 따르면 Tubakia 종에 관계없이 가장 일반적인 병 이름은 ‘튜바키아점무늬병’이다. T. japonica는 밤나무 ‘점무늬병(반점병, leaf spot)’과 상수리나무 ‘튜바키아점무늬병(매엽고병, tubakia leaf spot)’을, T. rubra는 졸참나무 튜바키아점무늬병(엽고병, sooty blotch)을 일으킨다. 루브라참나무 튜바키아점무늬병(반점병, leaf spot), 갈참나무 튜바키아점무늬병(매엽고병, tubakia leaf spot)도 Tubakia sp.에 의한 병이다. 그런데 T. japonicaT. subglobosa 는 각각 밤나무와 종가시나무에 ‘점무늬병(반점병, leaf spot)’을 일으킨다. 앞에서 설명한 ‘같은 병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Tubakia병을 ‘갈반병’ 또는 ‘갈색무늬병’으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Kang 등, 2008; Lee 등, 2022; Moon과 Lee, 2014).
분류군 재정비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Pestalotiopsis속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병명목록을 보면 Pestalotiopsis guepini가 종려나무, 피닉스야자, 소철, 식나무 등에 ‘점무늬병’을 일으키고, 진달래 ‘잿빛점무늬병’, 호두나무 ‘갈색점무늬병’, 감나무 ‘잎마름병’의 원인이다. 또한 산딸나무와 산수유에서는 잎테두리마름병을, 동백나무에서는 ‘갈색잎마름병’을 일으킨다. Pestalotiopsis spp. 병반은 초기에는 갈색이지만 병이 진전되면서 잿빛으로 변하기 때문에 동백나무의 경우 현장에서는 ‘잿빛잎마름병’을 더 자주 사용하며, 실제로 도감류에도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La 등, 2009; Moon과 Lee, 2014). 동백나무에 대한 다른 이름으로는 페스탈로치아엽고병(Kang 등, 2008)과 겹둥근무늬병(윤문병) (Lee 등, 2022)이 있다.

흔한 병징 차별화 - 병원체 이름 추가.

어떤 병원체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병징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체들이 일으키는 병징은 제한적이어서 다른 병징들과 차별화되기 힘들다. 따라서 대표적인 병징을 찾아 병 이름을 지으면 많은 병원체들이 같은 이름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점무늬, 마름 등 흔한 병징을 보이는 병은 많은 병원체가 같은 이름을 공유하게 된다. 실제로 점무늬병균은 Alternaria, Ascochyta, Cercospora, Phoma 등 무수히 많으며, 여기에 다른 분류군 병원체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많아진다. 반대로 한 기주가 병원체는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여러 병에 감염되기도 한다. 매실나무 점무늬병균은 Alternaria sp., Cercospora sp., Phoma sp., Phyllosticta sp. 등 4종이며, 무궁화 점무늬병균은 Cercospora sp., Pseudocercospora sp., Corynespora sp., Hendersonia sp., Phyllosticta sp. 등 5종이다. 보리수나무 갈색무늬병균은 Cercospora sp., Mycosphaerella sp., Septoria sp. 등 3종이다.
병명목록에 따르면 ‘점무늬병균’은 모두 40속이며, ‘잎마름병균’은 22속이다. ‘가지마름병균’은 17속, ‘갈색무늬병균’은 22속, ‘줄기썩음병균’은 21속이다. 이런 경우 병 구분이라든지 정보 교환 등에 혼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점무늬’가 아닌 세부적 특성을 찾아서 병 이름에 추가하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검은점무늬, 붉은점무늬 등 색깔을 추가하는 것인데, 이러다 보면 병 이름이 너무 주관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붙여지기도 하여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미국에서는 흔한 병 이름에는 일반적으로 증상 앞에 병원균 속을 추가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면 잎점무늬병은 Cercospora leaf spot, Glomerella leaf spot, Septoria leaf spot 등으로, 궤양병은 Valsa canker, Phomopsis canker, Nectria canker 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매우 흔한 병징인 경우에 병 이름에 병원균 이름을 추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름이 같아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있을 것이므로 고려할 의의가 있다.

병원체 이름 추가 시 고려할 점.

병 이름에 병원균 이름을 추가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병명목록에 기재된 것으로는 튜바키아점무늬병, 페스탈로치아잎마름병, 디플로디아잎마름병, 디스코시아잎마름병, 넥트리아가지마름병, 아밀라리아뿌리썩음병, 리지나뿌리썩음병, 스템필리움썩음병 등 7개가 전부다. 외국 자료를 많이 참조하는 일반 도감류에는 좀 더 있다.
병원균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병을 더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확대되지 않는 것은 병원균 이름이 수정될 가능성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균학자들의 의견과 주장에 따라 균의 분류학적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에 따라 이름도 변경된다. 만약 병원균 이름이 바뀐다면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병 이름도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일이 한꺼번에 많이, 또는 자주 일어난다면 큰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런 단점을 잘 살펴야 할 것이며,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특정 병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같은 뜻, 다른 용어 정리.

현재 병 이름에는 같은 것을 뜻하는 다른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는 기주의 조직이나 기관의 이름인 것도 있고, 현상이나 과정 등을 설명하는 용어인 것도 있는데, 같은 내용이면서도 다른 내용인 듯 혼동할 수 있다. 병명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병 이름에도 이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꽃이 수정하고 자라서 만들어지는 기관인 열매는 과일 또는 과실로도 불린다. 병원균이 이 부분을 감염하여 조직을 파괴하면 배나무 ‘열매썩음병’, 감나무 ‘과일무름병’, 양다래 ‘과실무름병’ 등이 발생한다. 나무 뿌리와 줄기가 맞닿은 부분에서 위 아래 방향으로 일정 길이를 포함한 것을 근주 또는 그루터기라고 한다. 이 부분에 심재부후균이 침입하면 벚나무 ‘근주심재썩음병’도 발생하고, 참나무속 ‘그루터기심재썩음병’도 발생한다.
또, Pycnoporus coccineus는 아까시나무에서는 ‘근주심재부후병’을 일으키고 벚나무에서는 ‘근주심재썩음병’을 일으킨다. Flammulina velutipes는 감나무에서 ‘목재부후’를 일으키고, Phellinus gilvus는 벚나무에서 ‘목재썩음병(목재부후병)’을 일으킨다.
이런 병 이름들을 비교해 보면 서로 간에 아주 세밀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열매와 과실, 과일은 다 같은 것이며, 근주와 그루터기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부후와 부패, 썩음도 같고, 낙엽과 잎떨림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다르지 않은 것들은 같은 용어로 사용하면 여러 면에서 더 편할 것이다. 기관이나 조직은 형태학적 정확도를 검토하여 선정하고, 현상이나 과정을 용어는 해당분야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여 선정하면 될 것이다.

어려운 한자어 병 이름 수정.

초창기에는 거의 한자어 이름 일색이었던 식물/나무병 이름이 지금은 거의 모두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는 식물보호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문 후속세대들에게도 매우 도움될 뿐만 아니라 행정 및 산업현장에서 식물보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전문인력들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식물/나무 보호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직도 몇 가지 병은 어려운 한자어 이름 그대로 남아있는데, 학회에서는 이들도 우리말 이름으로 수정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교적 친숙한 병 이름 중에도 탄저병과 역병, 부란병은 그 이름에서 병반 특징을 연상하기 쉽지 않다. 설부병, 고약병, 백조병, 두창병, 창가병 등은 한자를 공부한 사람이라도 이름만으로 그 병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학회는 이런 병 이름도 바꿀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PPSJ 병명위원회 세칙에는 ‘위원회의 책임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병명 등을 결정,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10조 3항). 우리 학회 병명심의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식 한자어 이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별무늬병’(원성병, 적성병, 흑성병, 백성병, 회성병 등)도 검토하여야 할 대상이다. 아직도 많은 병에 ‘별’이라는 글자가 남아있는데, 별무늬란 가장자리나 표면이 둥글거나 매끄럽지 않고 거칠 때 사용하는 표현법으로, 우리 정서에도 맞지 않고, 실제로 병반 대부분이 별무늬와 비슷하지 않다. 의미 전달에 ‘별’이란 글자가 꼭 필요한 병 이름은 극히 적다.

병 이름과 병명목록 관리 방안.

이름은 한 번 만들어지고, 병명목록에 등재되기까지 하면 수정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학회에 발표하기 전에 타당성 검토를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SPP 학회지 논문심사규정에는 투고논문이 새로운 병을 보고하는 것일 경우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점들을 면밀하게 심사하여야 하는지 규정이 없다. 위원회 자체 운영내규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병명심의위원회 규정에도 투고논문에 제시된 병 이름을 검토한다는 임무가 없는 점이 아쉽다. 병 이름을 적합하게 부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병을 보고하는 논문은 병명심의위원회가 반드시 병명을 추가로 심의하여야 하며, 논문 내용이 편집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였고, ‘가칭’으로 제시한 병 이름이 병명심의위원회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가칭’을 삭제한 정식 병 이름으로 학회지에 게재하는 것이 옳다.
또한, 위원회는 심사논문의 내용을 검토하여 병반에서 미생물을 분리하고 접종하여 병원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거나, 접종시험에서 병원성을 확인하지 못한 연구결과에는 병명 부여를 금지하고, 병명목록에도 등재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병명목록 6.1에는 병원성을 확인하지 못한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하여 목록에 등재한 병들이 다수 존재한다. 어떤 논문은 분리한 병원체의 병원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목록에 병이 등재되어 있고, 그 논문을 근거자료로 함께 기재하기까지 했다. 이런 병들은 병명목록에서 속히 삭제하여야 한다.

결 론

1972년 식물보호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병명목록(한국식물병·해충·잡초명감 제1판)이 출판된 이래 우리나라 식물보호는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그리고 병명목록 1판 출간으로부터 50년만인 2022년에 한국식물병명목록 6판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병 이름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연구 수준도 향상되어 양적, 질적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짜임새 있는 목록이 만들어졌다. 이듬해인 2023년부터는 온라인에 정보를 공개하여 다양한 분야의 식물/나무보호인력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몇 년 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수목진료 분야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자료가 되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 목록에 등재된 병 이름들이 일관성이 없거나, 때로는 옳지 않은 정보도 포함하고 있는 등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어서 그 개선책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병 이름을 부여하고, 그것을 올바로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병 이름 등재 체계 설정과 병명심의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새로운 병을 보고하려면 어떤 점을 참고하여 병 이름을 만들어야 하는지, 병 이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목록에 등재되는지, 그리고 각 과정에서 어떤 검토를 받는지 세세한 내용을 학회 누리집에 게시해 놓아야 한다. 투고논문 중 새로운 병 이름에 대해서는 편집위원회와는 별도로 병명심의위원회가 심의하고, 위원회 승인이 없으면 학회지에 게재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병명목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병 이름 작성 방법 등 검토하여야 할 내용이 적지 않은데, 본문에서 설명과 함께 개선 방법도 제시하였다. 병 이름을 검토하게 된 계기는 나무병 이름 사용에 불편이 많았기 때문이었으므로, 세부적인 내용들은 대부분 나무병 이름을 위주로 설명하였다. 하지만 식물병 이름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나무병 이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나무병 이름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하고자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족함을 보충하고 다듬어서 병명목록을 더욱 완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식물병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학회에 의견을 전달하여야 한다. 그리고 학회와 병명심의희원회는 그런 의견을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깊이 있고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ments

This study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Institute of Forest Science, Korea (Project No. FE0703-2023-0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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