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화상병은 미국의 사과에서 1793년 처음 발견되었으며, 화상병균
Erwinia amylovora는 200여 종이 넘는 장미과 식물을 가해하는 식물병원세균이다(
Billing, 2011).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경기도 안성의 배나무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Park 등, 2016), 화상병은 국내에서 식물방역법상 금지급 검역병해충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는 과수 화상병은 예찰∙방제사업 지침에 의거하여 공적방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과원 내 화상병 발병 정도에 따라 과원 전체를 폐기하거나 병에 걸린 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국내 과수 화상병은 2015년 안성, 천안, 제천의 43농가를 시작으로 2018년 67농가, 2019년 188농가로 발생이 증가하였고(
Ham 등, 2020b), 2020년에는 744농가, 2021년에 618농가로 급격히 증가한 이후로 2022년은 245농가, 2023년은 234농가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사과와 배 재배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Ham 등, 2024). 화상병은 과수 가지의 궤양에서 월동한 병원균이 이듬해 봄에 꽃을 통해 감염되어 꽃마름과 함께 세균액이 누출되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Biggs, 1994). 누출된 세균액은 비바람이나 곤충 등을 통해 신초에 감염되어 주변으로 확산되는데(
Ham 등, 2020a),
Ham 등(2024)은 2020년과 2021년에 대발생한 요인으로 1-2월에 높은 온도와 많은 비로 전염원이 월동에 용이했고, 5-6월에 강우일수가 많았던 것이 주변으로의 확산을 촉진한 주 요인으로 분석하였다.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서 화상병은 5월 초부터 발생하기 시작하여 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7월부터는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Ham 등, 2020b). 하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화상병 발생 정도를 순별로 비교해 보면 해마다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ig. 1). 본 연구에서는 해마다 화상병 발생이 상이한 양상을 보이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https://data.kma.go.kr)에서 제공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4월부터 7월의 전국기상값을 이용하여 해당 기간의 화상병 발병에 미치는 기상 요인을 분석하였다. 또한 국내에서
Ahn 등(2024)이 개발한 사과와 배 개화기의 K-Maryblyt 모델에 의한 꽃감염 위험도(blossom infection risk) 3단계 이상인 일수와 개화 시기를 분석하였다.
Fig. 1.
Rainfall and number of diseased farms in each 10 days inter-vals from April to July in Korea from 2020 to 2023 (A-D).
화상병균이 꽃의 암술을 통해 감염되면 기상 조건에 따라 2주 안에 꽃과 꽃대에 수침상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여 4주 정도면 꽃이 완전히 마르는 꽃마름 증상과 감염된 꽃에 달린 신초의 마름 증상을 보이게 된다(
Ham 등, 2023). 우리나라에서는 화상병이 보통 5월 상순에 시작되는 경향이었는데(
Fig. 1C,
D), 2020년에는 5월 하순에 첫 발생한 반면(
Fig. 1A), 2021년에는 4월 하순에 처음 발생하였다(
Fig. 1B). 2020년에 첫 발생이 늦어진 기상 요인을 분석해 보면, 2020년에는 4월의 최저기온이 4.3°C로 다른 해에 비해 2.8-3.2°C 낮았고 평균 기온과 최고기온도 각각 10.2°C와 17.1°C 로 다른 해에 비해 최저기온과 유사하게 낮았다(
Fig. 2B-
D). 이로 인해 개화 기간이 다른 해보다 길어졌는데(
Fig. 3), 사과나무의 꽃감염 위험도 3단계 이상인 일수는 5.1일로 2021년이나 2023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Table 1). 또한, 꽃감염 위험도가 3단계 이상인 날이 개화 후기에 집중된 원인으로 인해(
Ahn과 Yun, 2021) 5월 하순부터 충주와 제천의 사과나무에서 급격히 발생을 시작하여 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였다(
Ham 등, 2024). 반면에, 2021년에는 배나무 개화가 시작하는 4월 상순부터 약 50 mm의 비가 오면서 꽃감염이 시작되어, 약 3주 후인 4월 하순부터 화상병이 발생하였다(
Fig. 1B). 보통 꽃마름 증상을 농가들이 정확히 알지 못하여 신초가 마르는 증상을 발견하고 신고를 하게 되는데, 2021년의 4월 발생 농가의 경우 꽃감염 3주 후에 꽃마름 증상을 보고 신고한 사례로, 화상병 발생 초기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꽃마름 증상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조기에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농업인 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Fig. 2.
Monthly weather factors from April to July in Korea from 2020 to 2023. (A) Monthly cumulative precipitation (mm). (B) Monthly average minimum temperature (°C). (C) Monthly average temperature (°C). (D) Monthly average maximum temperature (°C). CN, climatological normals.
Fig. 3.
Flowering periods of apple (A) and pear (B) trees in Korea from 2020 to 2023.
Table 1.
Average days of blossom infection risk (BIR)-3 and BIR-4 level during the flowering period of apple and pear trees in Korea from 2020 to 2023
|
2020 |
2021 |
2022 |
2023 |
Apple |
5.1±3.1 |
2.5±1.6 |
6.5±2.4 |
2.2±1.4 |
Pear |
0.7±1.8 |
1.0±1.1 |
7.0±2.3 |
2.1±1.5 |
2022년의 경우에는 5월 상순부터 병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총 127농가가 5월에 발생하였으며, 이는 대발생했던 2021년 82농가보다 1.5배 정도 높은 수치이지만, 6월부터는 오히려 급격히 감소하였다(
Fig. 1C). 2022년의 개화 기간은 다른 해보다 10일 이상 늦게 시작했지만 개화 기간은 오히려 짧으면서도(
Fig. 3), 꽃감염 위험도 3단계 이상인 일수는 사과나무는 6.1일, 배나무는 7일로 다른 해에 비해 월등히 높았는데(
Table 1), 이런 높은 꽃감염 위험도가 5월에만 127농가가 대발생한 주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Fig. 1C). 다만 화상병은 꽃감염 이후에 누출된 세균액이 강한 비바람을 통해 주변의 신초에 감염되어 확산되는데(
Ham 등, 2020a), 2022년 5월의 강수량은 5.9 mm로 다른 해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것(
Fig. 2A)이 2022년 6월의 화상병 발생이 급격히 감소한 주 원인으로 판단되었다.
꽃에 처음 발병한 화상병은 이후 비바람, 곤충 등에 의해 주변으로 확산되고 온도가 높아지는 7월부터는 화상병균의 활동이 약해지면서 발생이 감소하는데(
Ham 등, 2020b), 2020년, 2021년, 2022년에는 이와 같은 경향을 보였다(
Fig. 1). 하지만 2023년에는 6월까지 화상병 발생이 다른 해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7월에 45농가로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Fig. 1D). 6월 하순에 179.6 mm 의 강수량을 나타냈는데(
Fig. 1D), 전국적으로 하루에 40 mm 이상의 강우가 2일, 20 mm 이상이 3일이었고 이들이 5일 연속으로 이어졌고(
Fig. 4), 이는 지역에 따라 집중 호우가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2023년 7월에 발생한 45농가 중 충주에서만 15농가가 발생했는데, 기상청 통계에는 없지만 충주의 국지적으로 우박이 발생했던 지역에서 화상병이 추가로 발생하였다(자료 미제시). 이는 고온기에도 강한 외부 충격에 의한 가지나 잎의 상처를 통해 화상병이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강한 비바람 후에 화상병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선제적 방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었다.
Fig. 4.
Daily rainfall in late June in Korea from 2020 to 2023.
화상병 발병 및 확산에는 기상 요인 외에도 과수의 생육 상태, 주변의 발병 상황, 농업인의 적기 약제 살포 및 작업 도구 소독 등의 전염 차단 노력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Ham 등, 2020a). 하지만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화상병 발생 시기의 기상 조건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여, 정책당국이나 농업인의 효율적인 방제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